본문 바로가기

하루의 끝

2020/05/27

  개학이라니 정말 실감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학교에 무려 3달 만에 발을 디뎠다. 열화상 카메라가 한 대 밖에 없어서 본관에 있는 정문으로는 등교를 못 하고 급식소 쪽으로 난 쪽문을 통해서만 학교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교실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전부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얼굴을 잘 볼 수가 없었다.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상관없이 하교 전 까지는 무조건 마스크를 껴야 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답답했다. 수업을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는 학생 입장에서도 답답한데 계속 말을 하셔야 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답답하실지 걱정이 되었다. 급식실에는 정말 칸막이가 모든 좌석에 설치되어 있었고 심지어 개인 지정석까지 정해져 있었다. 또 수저와 식판을 들기 전에 두 손에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했다. 학생들끼리의 대화는 자연히 사라졌다. 오롯이 밥 먹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원래 밥 먹는 속도가 느려 친구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허겁지겁 먹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다. 오늘 잔반을 버리고 나올 때 둘러보니 급식소 안에 학생이라곤 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 먹는 속도가 느렸나 싶어 아무래도 속도를 조금 더 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올해는 야자를 집에서 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허락해 주셔서 정규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등교라는 것을 해 보았는데 친구들의 얼굴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들이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방학동안 학교의 외관도 꽤 많이 바뀌어서 새로웠다. 이제부터 매일 학교에 가게 될 텐데 곧 적응이 될거라 믿는다. 참, 격주 등교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 학교는 기숙사 학교라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루의 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5/29  (2) 2020.05.30
2020/05/28  (2) 2020.05.29
2020/05/26  (2) 2020.05.27
2020/05/25  (8) 2020.05.26
2020/05/24  (2) 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