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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

2020/05/30

  우리 학교는 토요일에도 수업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주말에 등교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우리 학교가 그 확신을 철저히 깨부숴주었다. 이래도 되는거야? 아무튼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등교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토요일은 오전 수업만 한다는 것이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수업시간이 다 지나가고 학교를 나오니 부모님께서 나를 데리러 오셨다.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곧바로 실상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점심으로 순두부 찌개를 먹었는데 참 얼큰하고 속이 따뜻했다. 오늘은 불교계 행사날이라서 절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도 절에 들어갈 때 손소독제를 뿌리고 열을 재고 들어가서 방역을 확실히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도 부처님께 절을 드리며 작가가 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어쩌다 보니 불교도 아닌데 부처님께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절을 드렸다. 나는 무교이지만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이렇게 종종 절에도 간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기도나 절을 하면 왠지 소원이 정말 이루어 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뜩 연금술사에 나오는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물론 그저 원하기만 해선 안 되고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절에서 나온 후 함양 상림에 들러 산책을 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나무들 사이를 걷는데 너무 평화로워 그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역시 자연과 함께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자연의 상쾌한 공기는 세상 그 무엇보다 청량하고 달콤하다. 난 커서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풀과 나무들이 많아 공기가 맑은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도심에서 너무 멀어지면 불편하고, 도심과 가까워 지면 공기가 탁해지니... 참 어려운 고민이다. 그래도 난 공기가 맑은 곳을 선택할 것 같다.

  산책을 마치니 저녁 시간이라 함양에 있는 <늘봄가든>이라는 곳에서 저녁까지 먹고 왔다. 정식을 시키니 반찬으로 홍어가 나왔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홍어였다. 한 점 집어 먹었는데 정말 코에 쎄한 느낌이 전해져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아버지 말로는 홍어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홍어는 얼마나 쎄하다는 것일까? 한 번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자꾸만 솟아오른다. 그러다 큰 코 다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보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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